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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검사 도구인 MMPI-2를 해석할 때, 초심자가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는 4번 척도(Pd, 반사회성)를 단순히 '범죄 성향'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Pd 고득점자들은 범죄자가 아닌, 우리 주변의 직장 동료나 연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Pd 척도가 보여주는 '권위에 대한 저항'과 '관계의 패턴'을 심층 분석한다.
1. 임상심리검사 도구인 MMPI-2에서 Pd 척도의 핵심 개념과 임상적 의미
Pd 척도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반사회적 행동 = 범죄자”라는 단순화된 도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실제 임상 장면에서 Pd 고득점자는 반드시 범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잦은 징계와 인사 문제로 의뢰된 40대 중반 남성 사례를 보면, 그는 법을 어긴 적은 없었지만 조직의 규칙과 절차를 “비합리적 통제”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충돌했다. MMPI-2에서 Pd가 높게 나타났고, 면담에서는 “내가 틀린 게 아니라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진술이 반복되었다. 이는 Pd 척도가 측정하는 핵심인 권위와 규범을 외부 억압으로 경험하는 인지 구조를 잘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반복적인 연인 갈등으로 상담에 온 30대 초반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상대방의 요구를 “지배하려는 시도”로 해석했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Pd 상승은 이처럼 대인관계에서의 책임 회피와 외화 경향을 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임상심리검사 도구로서 Pd는 문제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동을 정당화하게 만드는 내적 논리를 드러내는 데 핵심적인 의미를 가진다.

2. Pd 척도가 측정하는 주요 성격 특성
Pd 고득점자의 충동성은 일상적인 선택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예를 들어 재정 상담과 함께 심리 평가가 의뢰된 50대 남성은 퇴직금을 단기간 고위험 투자에 사용한 뒤 실패하자 “어차피 이 사회는 정직한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판단 오류가 아니라, 규범과 책임 개념 자체를 불신하는 성향이 작동한 결과로 이해된다.
권위 반항 역시 미묘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일부 내담자들은 겉으로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약속 불이행과 규칙 회피가 반복된다. 치료 과제를 “깜빡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통제받지 않으려는 저항이 자리한다.
나르시시즘과 착취성은 대인관계에서 뚜렷하다. 상대의 요구는 과도하게 느끼면서, 자신의 요구는 당연한 권리로 주장한다. 공감 부족은 의도적 잔인함보다는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인지적 협소함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특성들은 Pd 척도가 단순한 문제 행동 지표가 아니라, 관계 패턴을 예측하는 임상심리검사 도구임을 보여준다.
3. Pd 하위척도와 점수 패턴의 해석
Pd 척도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총점 하나로 성격을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동일한 Pd T점수라도 하위척도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Obvious/Subtle 구분과 Harris-Lingoes 하위척도는 Pd 상승의 질적 성격을 판별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먼저 Pd-O(Obvious)가 높은 경우, 문제 행동이 비교적 노골적이고 외현화되어 나타난다. 잦은 규칙 위반, 음주·약물 사용, 폭력적 충동, 법적 문제 이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진술이 반복된다. 이러한 유형은 치료 관계에서도 규칙 위반과 조기 중단 가능성이 높아, 초기부터 구조화된 개입과 위험도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교정·법정 장면에서는 재범 가능성, 충동 통제 능력, 책임 인식 수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반면 Pd-S(Subtle) 상승은 보다 미묘한 형태의 사회적 부적응을 반영한다. 이혼, 실직, 학업 실패, 청소년기의 발달적 반항 등 상황적 스트레스에서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흔하며, 명백한 반사회적 행동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 Pd 상승을 곧바로 병리적 성격 문제로 해석하면, 내담자는 “낙인”을 경험하고 방어가 강화되어 치료 예후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Pd-S 우세 패턴은 환경 조정과 지지적 개입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Harris-Lingoes 하위척도는 갈등의 핵심 영역을 구체화한다. Pd1(가족 불화)가 높은 경우, 원가족 내에서의 애정 결핍, 만성적 갈등, 희생양 경험이 현재의 대인관계 문제로 반복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Pd2(권위 갈등)는 교사·상사·부모 등 권위 인물에 대한 지속적 반항과 원망을 반영하며, 규칙 자체보다 “통제받는 느낌”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보인다. Pd5(자아 소외) 상승은 자기 가치감 저하, 공허감, 우울, 알코올 문제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정서 평가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결국 Pd 척도는 “이 사람은 반사회적이다”라는 낙인을 찍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관계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단절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다. 따라서 Pd 해석의 핵심은 점수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하위척도가 가리키는 갈등의 위치와 개입 전략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다.
4. Pd 고득점자의 생활 양상과 대인관계
Pd 고득점자의 일상은 표면적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적 실패와 갈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로 일하던 30대 남성은 “조직에 묶이기 싫다”며 독립을 선택했으나, 계약 불이행과 충돌로 장기적인 협업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는 이를 “상대가 비겁했다”라고 해석했다.
대인관계에서는 친밀과 단절이 극단적으로 오간다. 초기에는 과도한 친밀감을 형성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급격히 관계를 끊는다. 치료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며, 치료자의 경계를 시험하는 행동이 반복된다.
일상생활에서의 위험 추구는 공허감 조절 전략으로 기능한다. 도박이나 과음은 쾌락 추구라기보다 감정 둔화를 벗어나기 위한 자극 추구로 해석된다. Pd 척도는 이러한 행동을 비난하기보다, 위험 관리 개입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신호로 활용되어야 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직장 내 잦은 이직을 반복하는 40대 초반 여성 내담자가 있다. 그는 상사와의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나를 무시한다”, “이 조직은 썩었다”라고 평가하며 퇴사를 결정했으나, 시간이 지나면 경제적 불안과 고립감을 호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매번 비슷한 갈등 패턴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자신의 충동적 반응이나 기대 조절 실패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Pd 고득점자는 관계 실패를 외부 요인으로 설명하면서 단기적 해방감은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한 생활 구조에 머무르게 된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활 양상을 도덕적 문제로 다루기보다, 관계 지속 능력과 충동 조절을 현실적으로 다룰 개입 지점을 찾는 것이다.
5. 코드 타입과 임상적 함의 ― 확장 사례 비교
4-9 코드 사례에서는 충동과 과대감이 결합되어 사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실제 교통사고 후 평가된 사례에서 “그 순간 너무 자신감이 넘쳤다”는 진술이 반복되었다. 이 경우 치료 초점은 통찰보다 행동 억제와 구조화에 둔다.
2-4 코드에서는 우울과 반항이 교차한다. 겉으로는 무기력하지만, 내면에는 강한 분노가 축적되어 있다. 이 경우 감정 인식 훈련이 핵심이다.
4-8 코드 사례에서는 피해적 사고가 반사회 행동을 정당화한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당한다”는 신념은 선제적 공격을 유발한다. 코드 타입 해석은 진단명이 아니라 개입 강도와 위험 평가의 기준선이다.
임상 장면에서 중요한 점은 동일한 Pd 상승이라도 코드 타입에 따라 개입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4-9 코드 내담자는 치료 초기 규칙을 가볍게 여기거나 약속을 어기는 행동을 보일 수 있어, 명확한 한계 설정과 반복적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반면 2-4 코드에서는 표면적 순응 뒤에 잠재된 분노가 신체 증상이나 관계 회피로 전환되기 쉬워, 안전한 정서 언어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4-8 코드의 경우 왜곡된 신념 체계가 강해 단기 치료보다는 장기적 관찰과 위험 관리가 요구된다. 결국 코드 타입 해석은 문제의 “이름 붙이기”가 아니라, 임상가가 어느 지점에서 개입을 시작하고 어디까지 구조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실질적 기준으로 기능한다.
| 하위척도 | 설명 | 고득점 특징 mmpi-info |
| PdO (Obvious, 28문항) | 병리적 반사회성 | 가족 거부감, 우울·성 갈등, 알코올 과다, 행동화(acting out). 가장 병리적. |
| PdS (Subtle, 22문항) | 사회적 불안정 | 가족 갈등, 관계 어려움, 충동성. 정상인 이혼·청소년 스트레스에서 상승. |
| Pd1 (Familial Discord, 9문항) | 가족 불화 | 가정 불만족, 사랑 부족 호소. 원가족 희생양 패턴 반복 가능. |
| Pd2 (Authority Conflict, 8문항) | 권위 반항 | 규범 반항, 고집 세고 반항적. "원망" 측면 강함. |
| Pd3 (Social Imperturbability, 6문항) | 사회 무감각 | 사회 불안 부인, 수다스럽고 자기중심적. 외향성(정상) vs 무감각(병리). |
| Pd4 (Social Alienation, 13문항) | 사회 소외 | 오해·불행 호소, 과민·자기중심, 책임 외화. 우울과 상관 높음. |
| Pd5 (Self-Alienation, 12문항) | 자아 소외 | 우울·죄책감·집중 곤란, 과거 후회·알코올 남용. 가장 병리적 하위. |
6. 해석 시 주의점
Pd 상승을 성격 고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가장 흔한 오류다. 청소년 사례에서 가정 붕괴, 학교 환경 변화로 Pd가 상승했다가 환경 안정 후 정상화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또한 K 척도가 높을 경우 Pd가 과소보고될 수 있으며, 이때는 행동 관찰과 보호자 보고가 필수다.
결국 Pd는 “이 사람은 문제다”를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어디에서 갈등이 반복되고, 어떤 방식의 개입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임상심리검사 도구로서 Pd의 가치는 판단이 아니라 전략 수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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